인류, 레고를 만나다.#4
───────────────────────
레고 창작의 기원을 찾아서 (국내편)
세계편으로부터 이어집니다.
현대 레고 창작의 기원을 찾기 위해
과거로 떠났던 탐사 여행 !!
이번에는 세계로 향했던 눈을
국내로 한번 돌려볼까 합니다.
즉 대한 민국에서 최초로 등장했던
현대 레고 창작은 무엇인지 한번
찾아 보도록 하겠습니다.
.
.
.
.
.
일단 16년 레고 눈팅 경력으로 습득하여
제가 갖고 있는 얄팍한 지식 가운데,
1986년부터 레코 코리아 디자인실에서
책임자로 근무하셨던 한국 최초의 레고 디자이너
김규충 선생님이란 분이 계십니다.
80년대 디자인실에 재직하시는 동안
다양한 창작 스컬프쳐를 만드셨기에
아마 공식적으로 대한민국에서
레고 창작을 처음 시작한 창작가라면
바로 이 김규충 선생님이실 꺼라 단언해도
큰 무리는 아니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1986~2000 에 주로 활발한
활동을 하셨던 선생님의 작품과 에피소드들은
세간에 잘 알려지지 않고 있다가
2005년이 되어서야 비로소 shark님의
(한 때는 열렬한 레고 마니아였으나 지금은 아닌..ㅎㅎ)
일주일간 심층 취재에 의해서 마니아에게
널리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앞선 편에서 말씀 드렸던 것처럼
이번 시리즈에서 찾고자 했던 창작의 기원은
인터넷과 디지털카메라로 촉발된 현대 레고 창작의
기원을 찾고하는 것이 목표였기 때문에
김규충 선생님께서는
주로 오프라인을 통해서만 작품을 공개하는
고전 레고 창작에 가까운 활동을 하셨기에
아쉽지만 이번 탐사에서는 예외로 두고자 합니다.
다만 이런 분이
대한민국 창작계에 계셨다는 사실은
마니아 분들께 꼭 한번 알려드리고 싶었기에
굳이 소개하는 시간을 마련해 보았습니다.
※ 김규충 선생님의 작품이 궁금하신 분들은
Shark님의 '거장을 찾아서-김규충'
삼부작을 참고바랍니다.
검색하면 나옵니다.^^
.
.
.
.
.
그럼 다시 국내 탐사를 시작 해 볼까요?^^
세계편 탐사를 통해 rec.toys.lego 라는
유용한(?) 유즈넷 뉴스 그룹을 알게 되었으므로,
그 곳에서 실마리가 있는 지 먼저 찾아보겠습니다.
Korea(n)이란 단어에 입질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한국 레고 공장,
한국산 레고에 관한 이야기들이군요.
제품 패키징 업무를 주로 담당했던 이천 공장이
1996년쯤 들어섰으니 나올 법한 이야기 입니다.
그러다가 96년 7월 10일 글 제목은 'About LEGO'
본인을 한국인으로 소개한 분이 등장합니다.
요약하자면~ 이름은 손아무개씨
모대학교 재학중인 학생으로 레고에 관심이 있으며
레고 뉴스 그룹이 있어 놀랐다~라고 합니다.
아래 달린 다른 멤버들의 댓글을 보니
이 그룹에서 본 최초의 한국인이라는 의견도 있네요.
하지만, 손아무개씨가 뉴스그룹에 올린 게시물은
지금 소개드린 딱! 한 건 뿐이었습니다.
아마 본격적인 레고 마니아였다기 보다는
그냥 호기심에 한번 들러본 모양입니다.
세계적으로 레고 마니아 문화가
꿈틀거리기 시작했던 90년대 중반,
rec.toys.lego 에 남긴 한국인의 발자취는
거의 없는 것으로 생각이 됩니다.
그러면 이제 유즈넷을 떠나
본격적으로 국내에서 조사를 해봅시다.
.
.
.
.
.
아마도 초기 마니아들이 웹에 흔적을 남겼다면
천리안, 하이텔같은 PC통신 플랫폼이었을 텐데,
지금은 사라져버린 고대의 유물들이라
현재로선 확인은 불가하네요. 쩝… -_-);;
그래서, 웹 서비스 시대부터 찾아보겠습니다.
국내는 1997년 초고속 인터넷망이 도입되며
누구나 쉽게 인터넷에 개인 홈페이지를
만들 수 있는 시대가 열리게 되었습니다.
저역시 98년 당시에
‘html로 홈페이지 만들기’ 강좌를 들으러
세미나를 찾아 다닐 정도 였으니 말입니다
( 실제 만들었던 건 2년이 넘게 지난
2001년 겨울 즈음 이었지만요 ㅎㅎ)
암튼 이시기부터
98년 딴지일보. 99년 디시인사이드 등
기라성같은 개인 홈페이지들이
등장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물결을 타고 드디어 2000년
한국에서도 개인홈페이지가 등장합니다.
바로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신 B사이트입니다.
이 사이트 외에도
많은 레고 사이트가 있었겠지만
지금까지 생존해 있는 사이트가 많지 않기에
현존하는 사이트 중 가장 오래된 B사이트에서
최초의 현대 레고 창작품을 찾고자합니다.
우선 B사이트의 사이트 소개 페이지를 보면
정확히 2000년 8월부터 시작했다고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각 게시판에서 첫번 째로 쓴 글을 찾아보니
대략 2000년 9월부터 게시판 DB가 도입된 것 같습니다.
창작품에 대한 소개가 있을 것으로 생각되는
창작 관련 게시판은 2001년 8월 처음 생겼습니다.
그 창작 관련 게시판안에서
첫 글부터 하나 하나 확인 해 봅니다.
창작중이다...무엇을 만들고 싶다...
이런 이야기는 나오는데 한 달이 다가도록
창작을 했다! 라고 자랑하는 글은
아직 보이지 않습니다. ^^;;
판은 깔렸으나... 세간의 평가(?)가 두려워
눈치를 보고 있는 느낌이랄까요?
그렇게 게시판이 생긴지 두달이 다 될 무렵!!
드디어 첫 창작품을 발견했습니다.
.
.
.
.
.
2001년 10월 25일 개재한 막스님의
스타크래프트 유니트 ‘레이스전투기’ 입니다.
오오오오......
일단, 작품의 퀄리티를 떠나서
초고속망이 도입된 2001년 이다 보니
1995년 활동한 서양의 유즈넷 멤버들의 사진보다
널찍하고 해상도 높고 시원 시원하네요 ^^!!
게다가 벌크가 풍요롭지 않았던 시절이었지만
레이스의 주요 특징을 딱짝 잡아내어
상당한 싱크로율로 재현 해 내었습니다.
그리고, 레고 유즈넷 그룹의 톰씨가 소개했던
세계 최초의 작품 역시 Jet Fighter라는 비행기였는데
공교롭게도 대한민국 최초의 레고 창작품 후보 역시
모 게임 속에 등장하는 레이스 라는 전투기라니…
이것도 묘~한 우연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럼 일단!!
이 레이스 전투기를
국내 레고 창작의 기원 후보로
올려 놓도록 하겠습니다.
이 레이스 전투기를 필두로 하여
그 뒤로 또 어떤 작품들이 소개되었을까
좀더 게시판을 둘러 보았습니다.
그러다가 일주일 후쯤 발표된
재밌는 작품 하나가 눈에 띄었습니다.
2001년 11월 4일
c.b 라는 아이디를 쓰는 분이 만든
‘자마이카맨’ 이라는 창작품입니다.
기본 브릭에 몇 가지 포인트 부품을 잘 섞어서
아프리카 부족민의 느낌을 잘 표현 한 듯 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자마이카라면
불세출의 단거리 육성선수 볼트,
국민 음악인 레게의 대표 가수, 밥 말리를 배출한
카리브해 서인도 제도의 섬나라로서,
물론 인구 대부분을 아프리카계 흑인들이
차지하고 있기는 하지만
자마이카인을 아프리카의 부족민처럼 표현한 부분은
특정 국가나 인종에 대한 비하로 여겨질 수도 있기에
신경을 썼어야 하지 않았나란 아쉬움이 듭니다.
그런데 우연히.... 그리고 다행스럽게도
이 작품을 만드신 c.b님과 극적(?)으로 연락이 닿아
이와 관련하여 인터뷰를 진행 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
직접 작품의 배경에 대하여 여쭈어 보았습니다.
c.b님은 18년 전 업로드한 이 작품에 대해
오래전 일이다 보니 작업 배경이나 취지에 대해
뚜렸하게 기억을 하고 있지 못하다는 해명과 함께
사려 깊지 못햇던 지난 날의 창작으로 인해
박탈감을 느꼈을 자메이카 국민들에게 사과드리며
앞으로는 작은 행동 하나에도 주의를 기울이고
타인을 배려하며 살겠노라 말씀하셨습니다.
(짝짝짝짝짝짝짝짝! 멋진 분입니다!!)
그런데 인터뷰를 진행하던 중
몇 가지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우선 이분이 여성이었다는 점입니다!!
현대 레고 창작과 관련하여
남녀노소관련 차별을 따지겠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대한 민국의 여성 중.
현대적인 레고 창작 마니아로서
인터넷에 최초로 창작품을 올린 분이 바로!!
이 c.b님이 라는 이야기가 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최초의 작품은 바로
자마이카맨이 됩니다.
흠흠...
별 기대 없이 해본 인터뷰였는데
(이건 하나 얻어 걸렸네요. ㅎㅎ)
그리고 또 c.b님 께서는
과거의 실수를 만회하려는 듯
또 하나의 귀중한 정보를
넌지시 알려 주셨습니다.
그 당시 이 B사이트 말고도
D 포털에서 레고 관련 카페도 존재했다
라는 증언이었습니다 !!!!
그... 그러고 보니....
제가 이제껏 포털에 대한 존재를
전혀 인지하지 못한 채 간과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ㅠ ㅠ)
부랴~부랴~ 현재 양대 포털인 D와 N포털의
카페 서비스 개시 시기를 조사해 보았습니다
.
.
.
.
.
D 포털은 B사이트보다 빠른 1999년 부터
카페 서비스를 시작하고 있었습니다.
(N 포털은 2003년이라 일단 제외)
그리고 D 포털에서 레고 관련 카페 검색을 해보니
B사이트 보다는 다소 늦은 시기인
2001년 4월, 최초의 레고 가페(레고 캐슬)가
개설되었음을 확인 할 수 있었습니다.
B사이트(2000.08) → +8개월 후
캐슬 카페 (2001.04)
그런데 카페 개설 시기 차체는 늦었지만
B사이트의 창작 관련 게시판(2001년 8월)과 비교하면
오히려 4개월 일찍 개설된 셈이기도 합니다.
B사이트(2000.08) → +8개월 후
캐슬 카페 (2001.04) → +4개월 후
B's 창작게시판(2001.08)
게다가 B사이트 창작 게시판에는
10월 말이나 되어서야 첫 작품이 등장했습니다.
B사이트(2000.08) → +8개월 후
캐슬 카페 (2001.04) → +6개월 후
B's 창작품 등장(2001.10)
만약 캐슬 카페에
2001년 4월부터 10월까지 사이 기간에
등록된 창작품이 소개된 글이 있다면
현재 창작 기원 후보인 레이스는
그 자리를 내주어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
- _ -);;
.
.
.
.
.
캐슬 카페에 들어가 게시판들을 확인 해 보았더니
활성화 된 카페는 아녔던 덕에 게시글 수가 적어서
첫번째 창작 게시물을 쉽게 찾을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확인한 캐슬 카페의 최초 창작 소개글은!
2001년 7월 23일 업로드되어 소개된
심아무개님이 만든 ‘Tower 성’이었습니다.!!!
배경으로 보이는
OO성 박스가 참으로 정겨운 가운데
선후 관계를 좀 따져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막스님의 레이스가 2001년 10월 소개되었으니
D포털에 소개된 심아무개님의 창작 캐슬(7월)이
이보다 3개월 가량 빨랐던 셈입니다.
음.. 그런고로...아쉽게도...
막스님의 레이스가 심아무개님의 Tower 성에게
창작의 기원이란 자리를 내주고 말았습니다.
( +____+ )/ { Tower 성 勝!!! )
아무래도 레고~하면
캐슬과 해적 시리즈라 그런지,
국내 창작의 기원도 캐슬 창작이었네요.
처음 탐사를 시작하면서
개인적으론 가장 오래 된 레고 사이트인 B 에서
국내 최초로 소개 되지 않았을까 생각했건만...
예상을 뒤엎고 생각지도 못했던
D포털 캐슬 카페에서 발견되었습니다.
헌데, 레이스도, Tower 성도...
거의 동시대에 이루어 졌던 창작으로서
누가 조금 먼저 창작을 마치고 웹에 올렸느냐의
미세한 정도의 차이 밖에 나지 않을 터인데
고작 3개월 차이를 가지고
창작의 기원이란 자리를 놓고
무의미한 싸움을 붙이는 것만 같아
다소 민망하기도 하지만,
조금 다르게 생각해보면, 3개월이면 일년의 1/4
왠만한 중형 작품 하나 만들기 충분한 시간!
하루가 멀다하고, 인터넷을 통해
전세계로부터 놀라운 창작품이 쏟아져 나오는
지금의 레고 창작 환경을 생각 해 본다면
3개월 먼저 선보였던 이 Tower 성에게
대한민국 창작의 기원이라는 칭호를 주어도
전혀 아깝지 않을 것 같습니다.
.
.
.
.
.
.
마지막으로 ~
국내와 해외를 넘나 들며 막상
레고 창작의 기원을 찾아 놓고 보니
재미있는 사실이 눈에 띄었습니다.
일단, 해외에서 창작의 기원 자리를 두고
치열하게 다투었던 두 작품을 살펴 보면
폴씨의 제트 파이터(비행 메카닉)와
밥씨의 나선 계단 타워(캐슬)이었습니다.
반면 국내에서 최초를 다투었던 두 작품은
심아무개님의 Tower 성(캐슬)과
막스님의 스타크래프트 레이스(비행 메카닉)였습니다.
해외, 국내 모두에서
창작의 기원을 다투었던 두 작품의 장르가
각각 비행 메카닉과 캐슬 창작으로
우연하게도 같았다는 묘한 연관성!!
아마도 초창기 레고 창작 마니아들의
사랑을 받았던 창작 장르는 해외나 국내나
비슷 비슷했던 모양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 재밌는 사실은
국내 레고 창작 기원급에 속하는 두 작품인
Tower 성과 스타크래프트 레이스의
창작자 두 분 모두가....
당시 고등학생이었다는 점입니다.
(@ ___ @);;
역시나 나이가 젊을 수록
신문물/신기술을 쉽게 받아 들이고
창작을 취미로 삼아 웹에 작품을 공개하는데
남의 시선을 두려워하지 않기 때문에
성인 마니아들보다 먼저 그리고 쉽게
웹에 창작품을 올리지 않았던 걸까?
라고 개인적인 억측을 부려 봅니다.^^
그럼 억지를 부려 본 김에
아예 한술 더 떠서 한국사를 들춰 보면...
4.19 혁명의 도화선이 되었던
2.28 대구 고등 학생들의 시위
6.25 전쟁의 판도를 뒤집고자
감행했던 인천 상륙 작전의 성공을 위해
많은 학도병들이 목숨을 바쳐 희생했던
장사 상륙 작전 의 역사를 보더라도...
고등학생들이 역사의 큰 변곡점을 만들어 내는
작은 불씨가 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는데,
이처럼 국내 레고 창작의 기원에서도
고등 학생들의 발자취가 느껴지니
이 또한 대단한 우연이 아닐 수 없네요.
레고가 수입되기 시작한 1985년 전후 태어나,
자연스레 레고를 가지고 놀았던
80년대 아이들이 점차 성장하면서
2000년경, 고등학생이 될 즈음,
인터넷과 디지털 카메라라는 신문물을 만나며
웹에서 부터 싹트기 시작한 국내 레고 창작 문화!
그 문화의 시작에는
중고등학생들의 자발적 참여가
한몫하지 않았을까?
그리고, 그런 학생들의 모습에 용기를 내어
레밍아웃을 선언하고 뛰어든 아재들 덕분에
지금의 레고 창작 마니아들의 세상이 온것은 아닐까?
잠시 생각… 아니 상상해 보았습니다.^^;;
기원을 찾다가 또 이상한 망상에 그만
빠져들고 말았네요
.
.
.
.
.
.
아무튼~
지금의 레고 창작 문화가 존재하게끔
솔선 수범 자리를 마련 해줬을 지도 모를
당시의 어린 선구자님들께
(국내외 포함)
창작 마니아의 한사람으로서
심심한 감사의 인사를 전해드리면서~
2019년 9월 현재 확인된
국내 레고 창작의 기원은!
2001년 7월 23일 D포털 캐슬 카페에 공개된
심아무개님의 Tower 성(캐슬) 입니다!!!!
레고 창작의 기원을 찾아서(국내편)
<끝>
혹시라도
더 빨리 소개된 작품을 알고있다!
혹은 내가 더 빨리 소개했다!
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주저말고 제보 부탁드립니다~ ㅎㅎ
'인류,레고를만나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레고 빌더즈 유니버스 연대기 (0) | 2019.10.01 |
---|---|
레고 창작의 기원을 찾아서 (세계편-하) (0) | 2019.09.18 |
레고 창작의 기원을 찾는 모험(세계편-상) (0) | 2019.09.11 |
레고 테크 트리 - 7 단계 (0) | 2019.09.10 |